Preparation

D-5 결혼준비 하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

수겡 2008. 10. 27. 22:02

"결혼하면 어른이 된다."라는 말.
미혼으로 싱글 삶을 누리는 사람에게는
너무 야박하고 불공평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꼭 거쳐야하는 통과 의례도 아닌데 말이다.
결혼은 선택이라는 생각은 물론 지금도 변함없다.)

하지만, 막상 결혼 준비를 하면서
이것 저것 신경쓰다보니, 왜 어른이 된다고 하는 지 알 것도 같다.

집을 사고, 계약하고, 인테리어를 하고, 가구·가전을 사는 등등
어지간한 일들 모두 물론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결혼식을 한다고 가까운 사람들,
혹은, 한동안 연락 뜸했지만 그래도 소식 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결혼소식을 전하는 과정이 참 많이 걱정되었었다.
평소 살뜰하게 전화나 메일이나 문자로 자주 챙기는 타입이 아닌지라,
결국, 결혼 할 때 되어서야 오랜만에 한 번 연락하는 사람이 되는거다.-_-

서른 해도 훌쩍 넘게 살면서 수많은 결혼식을 다녀봤다지만,
막상 "저 결혼해요~"라는 말은 참 얼마나 뻘쭘한지 말이다.-_-;;;
(물론 고맙게도 다들 축하한다고 반겨주시긴 했지만 말이다.)

친척들, 지인들에게 연락하고, 안부 묻고, 소식 전하고, 모임도 만들어가면서
청첩장 전하는 과정들만해도 어쩐지 저절로 어른이 되는거 같더라.-_-;;

생전 처음 나를 메인으로 하는 행사를 준비하면서
챙겨야 할 수많은 것들을 신경쓰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혼자서 다 해낼 수 있는 일은 없으며,
고마운 사람이 참 많다는 걸 깨닫는거다.

생전 처음 큰 행사 준비하면서 신경쓰시는 아버지랑 동생에게 고맙고,
결혼선물 정성들여 골라 챙겨주는 친구들이, 친척들이 고마웠고,
결혼 축하 카드나, 이메일 청첩장에 신경써서 보내주는 메일에도 많이 감동 받았고,
사사건건 모른다고 귀찮을 정도로 물어봐도 친절하게 상담해주는 친구들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맙다. 뻔뻔하게 막 부탁해도 받아주고.^^

그리고, 주례 선생님부터 사회 봐 줄 친구, 축의금 받아줄 사람,
결혼식날 도와줄 친구, 사진 이쁘게 찍어줄 사람, 축가 불러 줄 사람,
결정해야 할 수많은 것들 같이 고민해주는 일 등등 혼자서 못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어렵게 부탁했을 때 흔쾌히 도와준다며, 왜 고민했냐고 말해주면 너무 든든하다.
부탁하는거 어렵게 생각하는 내가 너무 세상을 어렵게 사는건가.ㅋ

혼자서 뭐든 해낼 수 있어라고 도도하게 살았었다면, 더더구나,
서로 돕고 돕고 도와야 만 해낼 수 있는 일이 있다는걸 깨닫게 된다는 것이 아마 가장 큰 소득일 것 같다.

사실 축하해주는 사람들 모두에게 다 고맙다.^^

엄마 없이 큰 일 준비할라니 힘들겠다라는 말도 참 많이 들었고,
사실 소소하게 챙겨야 할 일이 꽤 많아서, 좀 힘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도와주고 신경써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럭저럭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제대로 하고 있는거 같지는 않고 매우 부실하다.ㅋ
특히 막판에 가서, 정말 전부 다 귀찮아져서.... 완전 부실..-_-;;;)

나중에 죄다 갚아가면서 살 수 있어야하는건데.^^

그나저나, 결혼식날, 사진 같이 찍어줄 친구 없을까봐 가장 걱정이다.
이건 정말 최후의 최후까지 걱정된다지.ㅋㅋ


+ 추가로,

투덜투덜거리면서도 내가 하자는 데로 다 따라주는
5일 후부터는 평생 같이 살게 될 내 남자친구에게도 고맙다.^_^

(덕분에 결혼 준비 하면서 우린 거의 안싸웠다.ㅋ)

7년 연애하면서, 서로 많이 알아왔고,
기대할 건 기대하고,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면서,
서로 하나씩 둘씩 맞춰가며 이해해가며 살아가는 법을 배웠지만,
그래도 함께 살다보면 새로운 것들이 백만 개일거다.

이렇게 많은 도움을 받으며 결혼을 하게 되었으니,
평생 평생 평생!!! 행복하게 살아야 겠다.^^